가이드

srh1840 벌크 사용기

rullie 2020. 9. 29. 02:51

1. he400i와 hd58x로 만족을 하고 있지만, 레퍼런스 정도 되는 헤드폰을 하나 더 들이고 싶었습니다. 순전히 호기심으로 찾아봤고 x2hr과 srh1840(벌크) 두가지를 가지고 고민을 좀 했습니다. x2hr이 좀더 가격대가 있었고 기존에 헤드폰이 있으니까 실패좀 해도 괜찮다는 마인드로 가격이 더 싼 srh1840 벌크를 샀습니다. 배송은 빨랐습니다. 항공배송으로 주말 포함 5~6일 정도만에 받았습니다.

 

 

2.

 

먼저 소리부터 설명하겠습니다.

 

lg g7 / 메이주 hifi dac pro 로 번갈아가며 들었습니다.

 

NELL - Standing In The Rain
Radiohead - Bodysnatchers
My Chemical Romance - I Don't Love You
Dj Okawari - Speed of Light
Radiohead - Let down

 

위의 곡을 들어봤습니다. he400i 및 hd58x와 비교해가며 들어봤습니다.

 

- 중음 / 고음 위주의 밸런스입니다. hd58x보다 고음은 낫고 중음은 비슷합니다. 치찰음 억제도 잘되어있어서 불편함 없이 들었습니다. 라디오헤드 곡들이 심벌소리가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인데, 큰 자극없이 편하게 들었습니다.

 

- 대신 저음이 좀 낮습니다. 개별로 들으면 알아차리기 못할수 있으나 hd58x와 he400i과 비교했을때 저음이 많이 부족합니다. 저음 디스토션이 좀 있다고 하는말을 들었는데 그것 때문일까요... 저음의 퀄리티는 레퍼런스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양이 부족하진 않은데 디테일이 좀 덜들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깊이도 많이 얕고요.

 

- 공간감은 hd58x < srh1840(벌크) < he400i 순으로 낫습니다. 공간의 자체는 he400i 처럼 좌우로 악기를 퍼뜨리고 중음을 살짝 멀리 갖다놓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분리도가 조금 낮아서 he400i가 자연스럽다고 느낀다면 이건 가끔 인공적인 느낌을 줍니다. 정위감은 매우 좋습니다. 위의 세 헤드폰 전부 정위감은 꽤 좋았습니다. 굳이 따지면 he400i가 제일 낫긴한데, 일정 수준 이상 되면 문제 없다고 봅니다.

 

-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리가 많이 된 소리라고 느꼈습니다. 대신 그 정리가 과한건지 hd58x보다 자연스러움이 떨어졌습니다. srh1840(벌크) 쪽이 고음이 낫긴 하지만 중음은 비슷하고 저음이 양으로던 퀄리티로든 부족하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hd58x 쪽이 훨씬 나았습니다. 가격을 포함하지 않아도, hd58x가 나았습니다. 성향은 shp9500과 가장 비슷했네요. 물론 중음은 압도적으로 srh1840(벌크) 쪽이 나았습니다.

 

- 임피던스가 65옴이라 g7에서 전문가 모드로 동작합니다. 저음이 좀 보강되긴 하는데... 크진 않습니다. 그래도 사용하는데 편리하긴 했습니다.

 

 

 

 

 

 

3.

 

돈에 비해 소리가 매우 좋은 헤드폰 입니다만, 벌크(라고 쓰고 가품이라 읽는)라서 좌우 밸런스가 안맞았습니다. 이게 그냥 안맞는게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컬 목소리가 있으면 처음 시작음은 중간에서 나는게 맞는데, 끝음이 사라지면서 오른쪽으로 사라지는 식으로, 양쪽의 드라이버가 대역이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수업료를 냈다 치고 구매확정을 누른뒤에 헤드폰 자체를 전부 분해했습니다.

 

 

 

분해를 전부 해보고 이게 가품이라는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문제가 많았습니다.

 

 

 

 

첫째. 헤드 밴드가 살짝 틀어져 있었습니다. 미묘하지만 정착용에 영향을 주었겠죠.

 

둘째. 양쪽 드라이버 출력이 달랐습니다. 진짜 웃긴게 조립 상태에서는 오른쪽이 컸는데, 분해해서 귀에 대고 밸런스 체크를 해보니 왼쪽이 확실히 출력이 더 컸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드라이버 기판도 다른게 좀 묘했습니다. 여튼 여기서 부터가 가장 중요합니다.

 

셋째. 이거 만든 애들, 밸런스를 맞추려고 이것 저것 시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은박으로 보이는게 저 링에 끼워진 댐핑 재료인데, 양쪽의 두께가 달랐습니다. 색깔 보이시죠?? 굵기가 꽤 차이났습니다. 그리고 떼내어서 사진상에는 없는데 드라이버 구멍을 막은 댐핑재도 양쪽이 달랐습니다. 한쪽에는 사진에 나온 금속성의 댐핑재를, 다른 한쪽에는 섬유(마스크에 사용하는 것과 비슷해보이는) 재질의 댐핑재를 붙여놨었습니다.

 

드라이버 구조는 hd58x 과 원리가 비슷한지 비슷한 방법으로 제어가 가능했습니다. 드라이버에 있는 구멍을 막는 재질, 막는 범위에 따라서 저음의 양이 결정 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방법으로 양쪽 밸런스를 맞추기로 했습니다. 한쪽에는 흡음테이프+마이크로포어 밴드를, 다른쪽에는 3M 마이크로포어 밴드를 붙여서 저음양을 비슷하게 맞췄습니다. 그상태에서 재조립한 후 추가로 헤드폰 안쪽을 마이크로 포어 밴드를 몇겹 붙이는지/ 어디에 붙이는지 정도를 조절해서 중음과 고음의 밸런스를 믹싱하듯이 들어가면서 맞췄습니다. 중앙에 가까울수록 중음이 조절되고, 바깥으로 멀어질수록 고음이 조절됩니다.

 

이런식으로 대충 밸런스를 맞춰서 일반적인 스테레오 감상시에는 티가 안나게 만들었습니다만, 패드를 바꾸거나 모노로 들으면 살짝 차이가 났습니다. 훨씬 퀄이 좋은 he400i이나 훨씬 밸런스가 멀쩡한 hd58x가 있어서 감상용으로도 못써먹겠다 싶어서 동생에게 케이스 째로 넘겨줬습니다. 좋아해줘서 다행이었어요... ㅠㅠ

 

 

 

 

이제 결론입니다.

 

'되도록' 사지 마세요. 뜯어본 결과 부품자체는 진품과 구별이 힘들정도로 비슷했습니다. 분해하면서 인터넷에 분해된 사진들을 많이 봤는데 거의 제조 공정이 유출되었나 싶을 정도로 모양이 같았습니다. 드라이버 성능도 그정도면 레퍼런스 급은 되는거 같았고요. 다만 그 좋은 부품들의 조립 상태나 만듬새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점을 느끼지 못하거나 문제가 없는 제품을 운좋게 고르게 된다면 상관없겠지만, 거의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음질은 떨어져도 밸런스와 만듬새가 좋은 shp9500처럼 더 싼 제품이나, 조금 돈을 더주고 he400i 이나 hd58x 처럼 중저가에 호평받고 있는 헤드폰을 사는게 훨씬 정신건강에도 좋고 안전한 선택이 될겁니다. 그냥 조금 기다려서 x2hr 살걸 그랬네요...... 여튼 그렇습니다. 좋은 경험이 되었네요.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